더블 나이프에지 방식의 톤암 부활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확실하게 그려내는 정밀하면서 쌉쌀한 맛의 사운드

사에크에서 WE4700 톤암이 등장했다. 작년 5월에 외국에서 샘플 제품이 공개되었으며, 올 봄에 완성된 작품이다.

오리지널 제품은 걸작이라고 호평 받았던 9인치 길이의 WE407/23(1980년)이었다.

WE4700은 단순한 복각품이 아니라 오리지널 제품을 뛰어넘기 위하여 도전장으로 내민 의욕이 넘치는 작품이다.

SAEC는 Sound of Audio Engineering Corporation의 약자이다.

데뷔작이었던 WE308은 1971년경에 등장했었다.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에는 제조업체가 오디오 엔지니어링(주)라고 되어 있는데, 판매업체는 카나자와 트레이딩(주)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지금의 사에크 커머스(주)는 1974년에 설립되었다. 창업자인 아버지에게서 사에크 커머스를 이어받은 기타자와 케타(北澤慶太) 사장은 21세기의 오디오 환경에 적합한 WE407/23을 꿈에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과거의 부품 제작에 관여했던 정밀 금속 가공 회사인 우치노 세코(内野精工)(주)와의 협력을 통하여 이러한 꿈을 현실화하고자 노력했다.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설계 도면을 분실했기 때문에 오리지널 제품을 분해하는 것으로부터 WE4700의 CAD 설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성이 나빠지는 접착제 사용은 가능한 한 피하면서 감합(嵌合,기계를 조립할 때 구멍이나 홈 등에 축 등을 서로 끼워 맞출 때 기능에 잘 맞물리도록 설계하는 기술: 역주)과 정밀 나사를 활용하여 확실하게 고정시키도록 노력한 점도 WE4700의 특징이며, 새로운 설계 기술로서 콜릿 척(Collet Chuck) 방식의 암 베이스와 에어 방식 리프터 기구를 개발해냈다.

내부 배선재로는 PC 트리플C 구리선을 사용한 톤암은 아마도 본 제품이 세계 최초일 것이다. 제품 번호인 WE는 더블 나이프에지를 의미한다.

예리한 나이프에지 방식으로 지지하는 수직 동작은 초동감도(初動感度)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트레이스할 때 받치고 있는 금속으로부터 들뜨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음을 고민하던 당시의 설계자는 상하로 나이프에지 기구를 더하는 정밀한 더블 나이프에지 지지 기술을 고안해 냈다.

사에크에서 발표된 역대 톤암은 전부 더블 나이프에지를 통한 높은 유연성을 갖춘 설계로 만들었기 때문에 높은 감도와 함께 높은 강성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WE4700의 나이프에지 기구는 그 양쪽 끝을 루비로 만든 베어링으로 지지하고 있다. WE4700을 럭스먼의 PD171AL에 마운트한 다음, 함께 포함된 두랄루민으로 만든 헤드셸에 페이즈메이션의 PP2000을 장착했다.

아큐페이즈의 앰프에 B&W 800D3를 연결하여 LP를 재생하여 들어보았다. 정말 SAEC다운, 애매함이 전혀 없는 정밀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이즈츠 카나에(井筒香奈江)’의 45rpm 음반은 질 좋은 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듣고 있나 싶을 정도로 제대로 조여진 사운드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

포노 카트리지를 냉정하게 테스트하기 위한 톤암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엄격함도 얼핏 느껴졌으며, ‘앙세르메’가 지휘한 ‘삼각모자(El sombrero de tres picos)’는 음역이 광대하고 녹음된 지 얼마 안 된 듯한 사운드였다.

다이렉트 커팅 음반인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에서는 매우 미세한 소리까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음질적인 경향을 들자면 약간 쌉쌀한 맛이라고 해야겠다.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마감새가 돋보이는 톤암이다.

WE4700의 주요 부분은 절삭 가공을 통하여 두툼하게 일괄 성형된 금속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톤암의 높이는 낮출 수 없기 때문에 테크닉스의 구형 턴테이블 등에는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SAEC WE4700 ￥1,309,000 소비자가 1400만원

●방식: 스태틱 밸런스 타입

●스핀들/핀봇 간격: 221mm

●적합 카트리지 무게: 13~35g(헤드셸 포함)